캐논이 EOS R 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 만들어진 변화는,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 저에게도 꽤 충격적이었어요. DSLR 시대를 떠나 미러리스로 전환하는 흐름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일이긴 했죠.
하지만 EOS M이라는 캐논의 크롭 미러리스 라인을 사실상 종료시키면서, 많은 팬들의 실망과 불만을 불러일으켰어요. 저도 EOS M 시리즈를 사용해본 적이 있었는데, 크롭 센서를 기반으로 작고 가벼운 시스템을 선호하는 입장에서는 꽤 매력적이었거든요.
EOS R 시스템 자체는 꽤 혁신적이긴 했어요. 새로운 RF 마운트는 더 넓은 렌즈 구경을 제공하면서 광학적 설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죠. 그러나 캐논이 렌즈 생태계를 완전히 자신들만의 영역으로 가둬버린 결정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처음엔 EF에서 RF로 전환하며, 어댑터를 통해 EF 렌즈를 사용할 수 있게 한 점은 칭찬받을 일이었죠. 그런데 서드파티 제조사들이 RF 렌즈를 개발하려고 하면 즉각적으로 제재를 가한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는 일이었어요.
삼양 옵틱스가 RF 단렌즈를 발표했을 때 캐논이 이를 막아버린 사건은 유명하죠. 이로 인해 "캐논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어요.
한편 소니는 같은 시기에 FE 마운트를 서드파티 제조사들에게 개방하면서 렌즈 라인업을 풍성하게 만들어 갔어요. 소니 사용자들은 다양한 가격대와 스펙을 가진 렌즈를 선택할 수 있었던 반면, 캐논 사용자들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옵션 속에서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어요.
특히 RF-S 렌즈는 그 부족함이 더 뚜렷했어요. 캐논 R10, R50 같은 크롭 센서 미러리스 사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렌즈가 거의 없다 보니, 크롭 바디 사용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꼈죠.
RF-S 렌즈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 있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단렌즈 하나 없이 그저 약속으로만 남아 있어요. 이 상황에서 서드파티 렌즈 제조사들에게 RF-S 마운트를 개방한 것은,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우는 조치였어요.
최근 삼양 옵틱스가 발표한 RF-S 마운트용 첫 렌즈, 삼양 AF 12mm F2, 이 소식은 개인적으로도 정말 반가웠어요. 삼양은 이미 소니 FE 마운트 렌즈 시장에서 높은 가성비로 인정받아왔잖아요.
이번 렌즈 역시 크롭 센서를 겨냥한 초광각 렌즈로, 여행과 풍경 사진을 즐기는 분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 같아요.
12mm라는 화각은 스마트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광각 렌즈와 비슷해요. 다만 조리개가 F2.0까지 열리기 때문에 야경 촬영이나 은하수를 찍는 데도 적합하죠. 렌즈 설계에서도 품질을 기대할 만해요.
3개의 초저분산(ED) 렌즈와 2개의 비구면 렌즈를 사용해 이미지 왜곡과 색 수차를 최소화했다고 하더라고요. 가벼운 무게(213g)와 웨더 실링도 매력적이에요. 비 오는 날이나 먼지 많은 환경에서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실사용자들에게 큰 장점으로 다가오겠죠.
외관도 꽤 세련됐어요. 캐논의 고급 렌즈인 L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빨간 링 디자인이 들어갔는데, 이를 "히든 레드 링"이라고 부르더라고요. 고급스러우면서도 삼양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담아낸 느낌이에요. 초점 링의 부드러운 조작감이나 AF/MF 스위치 같은 디테일도 사용자 경험을 세심히 고려한 흔적이 보여요.
가격은 아직 정확히 발표되지 않았지만, 비슷한 소니용 렌즈가 약 42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걸 감안하면, RF-S 렌즈도 비슷한 수준에서 출시될 것으로 보이네요. 솔직히 말해 초광각에 F2 조리개를 가진 렌즈가 이 정도 가격이면 꽤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캐논이 서드파티 제조사들에게 RF-S 렌즈를 개방한 것은, 결국 사용자의 불만을 수렴한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물론 아직 RF 마운트 전체를 개방한 건 아니고, 고가의 풀프레임 렌즈는 여전히 캐논의 독점 영역으로 남아 있어요.
하지만 이번 삼양 AF 12mm F2 같은 렌즈의 등장은, RF-S 라인업의 부족함을 메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고 믿어요. 앞으로 시그마나 탐론 같은 제조사들의 추가적인 렌즈 발표도 기대할 수 있겠죠.
이 렌즈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지만, 작은 변화가 때로는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하잖아요. 저는 이 렌즈가 그런 변화를 이끄는 시작점이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